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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로그 #11]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가장 따뜻한 사람 – 호세 무히카 이야기

 

우리는 흔히 정치인을 떠올릴 때 화려한 정장, 고급 차량, 경호 인파, 그리고 권위 있는 말투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그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우루과이의 前 대통령, 호세 무히카(José Mujica).
그는 대통령이었지만, 궁이 아닌 허름한 농가에 살았고, 급여의 90%를 기부하며, 1987년형 중고차를 직접 몰았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그는 담담히 말했죠.

“삶에는 가격표가 없으니 나는 가난하지 않다.”


🔹 청춘의 불꽃, 그리고 고독한 감옥

1940년,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태어난 무히카는 청년 시절부터 불의에 저항하는 이상주의자였습니다.
1960년대, 그는 사회 불평등에 분노해 좌파 무장단체 투파마로스에 합류합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고, 부당한 체제에 저항하던 그는 결국 체포되어 무려 14년간 수감되었고, 그중 10년을 독방에서 보냈습니다.

고문과 고독, 끝없는 침묵의 시간.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 인생의 본질을 배웠다고 말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시간에,
오히려 진짜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 정치, 그리고 실천하는 철학

민주화 이후 풀려난 그는 무기를 내려놓고 정치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2009년, 그는 우루과이 대통령으로 당선됩니다.
하지만 삶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는 일부러 바꾸지 않았습니다.

  • 대통령 궁 대신 시골 농가에서 거주
  • 대통령 급여의 90% 기부
  • 부인과 함께 국화꽃 재배
  • 공식 차량 대신 1987년식 폭스바겐 비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직접 농사를 짓고, 길가에서 이웃과 인사하던 그.
그는 말합니다.

“권력은 사람을 변화시키지 못합니다.
단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낼 뿐이죠.”


🔹 그가 남긴 말, 시가 되다

무히카의 말은 짧지만, 깊었습니다.
언젠가 그가 유엔에서 했던 연설은 세계를 울렸습니다. 그는 물었습니다.

“우리는 발전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아니면 소비하기 위해 태어났을까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유일하게 건강한 중독은 사랑의 중독입니다.”

그의 어록은 연설을 넘어 인생의 시 한 구절처럼 오늘도 회자됩니다.
그는 화려한 단어 대신, 살아낸 시간을 언어로 바꿔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울림을

호세 무히카는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후 여전히 같은 집에 살면서
비닐하우스에서 국화를 키우고, 손님에게 직접 커피를 내주며,
묻는 이에게는 미소로 말하였죠.

“나는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적게 필요하거든요.”

그는 우리에게 묻는 듯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바쁘게 달리고 있을까?
조금 더 느리고, 단순하게, 따뜻하게 살 수는 없을까?"


☀️ 따스로그의 시선

세상엔 말보다 조용한 진심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는 이들이 있습니다.
호세 무히카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껴안았고,
그래서 누구보다 높이 울리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2024년 4월, 그는 식도암 투병 사실을 조용히 밝혔습니다.
언제나처럼 비유로 말을 이었죠.

“확실히 분명한 이유로, 이번에는 저승사자가 낫을 들고 오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뒤에 덧붙인 말은 여전히 무히카답게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쓰러질 때마다 일어나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때 분노가 생긴다면, 그것을 희망으로 바꾸라.”

삶의 끝자락에서도 그는 젊은이들에게 일어서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죽음을 앞두고서도 삶을 이야기한 사람.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일찍 우리곁을 떠났지만 한사람이 떠오릅니다.

노무현 대통령.

누군가는 그를 ‘불꽃 같았던 사람’이라 부릅니다.
스스로를 촛불이라 여기며 가장 낮은 자리에서 국민을 비췄던 사람.
무히카가 흙 묻은 손으로 국화를 키웠다면,
노무현은 흙 묻은 신발로 ‘사람 사는 세상’을 걸어갔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언어를 썼지만,
같은 언어로 사람을 사랑한 지도자였습니다.

그들의 말과 삶은 지금도 다정한 문장이 되어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불빛이 됩니다.